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전(현지시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을 순방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박8일간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23일 귀국했지만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순방을 떠나기 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당부했던 최저임금법 개정이나 여야정 협의체 가동 등은 당분간 어려워졌고,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엉켜버린 북한 문제도 실마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문 대통령은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심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아시아로 떠나기 전에는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회에 민생현안 법안 처리를 당부했는데, 오히려 패스트트랙 관련 상황이 급진전됐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입법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고 민생법안 통과도 중요한데,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기 힘든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에선 문 대통령의 당부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신설 등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한 뒤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는 없다”며 강경투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공석인 청와대 대변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찾는 것도 과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변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과기부 장관 후보자도 계속 추천을 받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 10일로 다가온 취임 2주년을 맞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고민이다. 그동안은 ‘촛불’과 ‘적폐청산’으로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제 실력으로만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면서 동력이 다소 떨어지기도 하지만 경제 행보를 중심으로 대통령은 국정에 집중하겠다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27일 정부가 판문점에서 진행하는 기념행사에 북쪽 대표단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도 취임 2주년 메시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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