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공항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노영민 비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12일 밤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정상회담의 경과를 설명하고 남북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주말 동안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다듬고 북한 설득 카드와 대북 특사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참모진과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 파견이 성사된다면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내일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등의 말씀을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특사와 관련해 다각적인 접촉을 할 것이라는 정도의 언급은 하겠지만, 누가 언제 방북할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특사라는 표현 자체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에 나선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장에 나오게 할 ‘묘수’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정상회담 때 남북 간 접촉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의 고민은 특사를 파견하더라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한다. 청와대는 일단 이 메시지가 ‘대화를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시정연설) 내용을 뜯어보면 ‘핵병진노선 폐기 및 사회주의 경제노선 재천명’ ‘북-미 대화 지속’ 두 가지가 핵심”이라며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사 파견이 성사된다면 북한과 ‘핫라인’이 있는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시작되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동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데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정 실장의 특사 파견설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북-미 대화) 동력을 되살리는 특사여서 모양을 갖추기보다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이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16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문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에 대해 “다른 지역에 견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신북방정책의 외연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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