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테이블 왼쪽 둘째부터 김중수 한림대 총장(전 한국은행 총재),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전 한국은행 총재), 문 대통령, 전윤철 가천대 석좌교수(전 감사원장),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무총리), 박봉흠 에스케이 사외이사(전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계 원로들이 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정부의 경제 운용에 관해 조언과 함께 쓴소리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전 총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8명의 경제 원로와 2시간가량 오찬 간담회를 했다. 원로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은 옳지만 정책 운용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은 상생 협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야 할 방향이지만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은 시장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야 한다”며 “두 정책이 노동자 소득은 인상시키지만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기업에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약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투약량과 방법이 잘못돼 부작용이 나온다. 복용 방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참석자는 “디테일(세부)에 악마가 있다는 말처럼 방향성은 맞지만 현실을 더 깊이 알고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이 부른 양극화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참석자는 “최저임금을 2020년에 1만원으로 올리나 2022년에 올리나 큰 차이가 없는데, 인상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고용을 유지한 사람은 소득이 올랐지만,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인들이 외려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활발하게 민간 창업이 이뤄지고 기업이 투자해 중하위층의 소득이 늘어야 한다”며 일자리 대책과 소득주도성장의 긴밀한 연계를 주문했다.
원로들은 최근 최정호 국토교통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관련해서도 고언을 했다. 한 참석자는 “인사 문제에 있어 청와대가 지금보다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조언들이 도움이 된다.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인데,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원로들이 계속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소장 경제학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인사이트 있는 한마디가 필요한데 그나마 덜 따가운 이야기를 하실 분만 부른 것 같다”고 평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관료에게 포위당했다고 지적한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이날 초청받지 못했다.
이완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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