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서초 국립외교원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4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쪽이 최종 협상안으로 ‘분담금 10억달러(약 1조1335억원)와 협정 유효기간 1년’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분담금 1조원 이상’도 검토하는 대신 협정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진행 경과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 만나 “지난달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미국 쪽의 최종 협상안으로 ‘분담금 10억달러, 협정 유효기간 1년’을 제시했다”며 “정부는 ‘1조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신, 협상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양국 정부는 분담금 액수의 ‘상징적 숫자’로 각각 1조원과 10억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지난해 분담금은 9602억원이다. 양국은 올해부터 적용될 분담금 액수를 놓고 지난해 협상을 10차례 이어갔지만 미국 쪽이 막판에 협정 유효기간 축소를 들고 나오면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초 미국은 16억달러(1조8017억원)를 제시했다가 한국이 거세게 반발하자 요구 액수를 차츰 조정해, 10억달러를 최종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미국은 협정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줄일 것을 함께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1조원은 넘길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했지만, 미국 쪽의 최종 통보에 따라 분담금을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협정 유효기간 1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 정부는 서로 상징적인 숫자를 가지고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우리는 1조원을 넘기지 않는 9999억원으로 타결하고자 했다”며 “(금액) 숫자에서는 우리가 상징성을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상하고) 돌아서자마자 다시 내년 방위비 협상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협정 유효기간이 5년인 점을 들어 ‘유효기간 3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한국 쪽의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시한 것은 올해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과 협상을 고려한 포석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진행된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열번째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새로운 방위비 분담 원칙을 마련하고 있으니, 일단 이번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고 새 원칙에 따라 다시 협상하자’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재 미국이 각국과 체결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방위비 분담금 협상 상대가 한국인 상황에서 새로 체결되는 한국과의 협상 결과가 일본, 나토 등과의 협상에도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명확한 의도를 지닌 만큼 1년짜리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 요구를 쉽게 거둬들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정 유효기간을 기본 1년으로 하고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이 협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협 김지은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