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각)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사아 총리, 리커창 중국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훈 센 캄보디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연합뉴스
지난 14일부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16개 나라 정상들 가운데 미·일·중·러 등 강대국 정상이 아니면서도 유독 주목받는 이가 있다. 올해 나이 아흔셋으로, 지난 5월 정계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멧 말레이시아 총리다. 1978년 부총리에서 총리직을 승계한 마하티르는 줄곧 총리로 재직하다 2003년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했다가 올해 다시 복귀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박정희 시대부터 노무현 시대까지 말레이의 정상이었던 셈이다.
이 노정객이 정계 복귀 뒤 처음 참석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연일 대북 제재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5일(현지시각) 오후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제재 완화 등의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그래야 평화적인 방식의 비핵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마하티르 총리의 발언 일부를 전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 사안에 할애했다고 한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대응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군사력을 제로(Zero) 수준으로 감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북한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그것은 제재의 일부를 줄이는 것이다. 그럴 때 북이 더욱 고무되어 완전한 감축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관측할 수 있다면 북을 격려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역내에서 실질적으로 긴장완화를 확인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긴장이 늦춰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전날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은 북한이 자세를 바꾼 것을 알아채고 그 진정성을 평가해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정을 쌓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하룻밤 사이에 군사 역량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도발행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 같은 한반도 군사긴장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차 태평양 전쟁(제3차 세계대전을 뜻함)이 일어난다면 그 발화점은 한반도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한국은 우리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5년 만에 정상외교에 나선 그는 “한국의 성장 비결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한국은 한때 아시아의 은둔국가로 평가받았으나 이제는 아시아 경제 발전에서 선두를 달리는 첨단국가로 성장했다”며 “많은 것을 한국에서 배우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도 선진화를 달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싱가포르/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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