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미애 대표가 발언서 개헌문제도 논의해보자고 하자 항의하며 안보문제만 이야기하자고 발언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7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로의 최종 이행이 가시밭길임을 인정하면서도, 보수야당 대표에게 자신의 남북관계 구상과 해법을 설명할 때는 단호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의 남북대화 진전이 북한의 핵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홍 대표는 “비핵화 의지를 넣은 것은 유훈으로 수없이 밝혀왔다. 그런데 그게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지금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다. 그러나 다 안 될 거야, 다 이것은 그냥 저쪽에 놀아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일도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홍 대표가 “핵 폐기 쪽으로 가야지, 핵 동결과 탄도미사일 잠정적 중단으로 가면 큰 국가적 비극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자, 문 대통령은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다. 핵확산 방지, 동결 정도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비핵화 입구는 동결이고 출구는 완전한 비핵화라든지 막연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앞으로 필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인 협의”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대표는 머리발언에서 “북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대화 기간 중 핵·미사일 실험을 일시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행동이고 북의 진정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 대표는 북한에 대한 중단 없는 제재·압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 점을 아예 말씀하실 필요조차 없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의해 하고 있고,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별도로 하고 있다. 우리가 임의로 풀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남북, 북-미 대화가)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 국제적인 합의 속에서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을지언정, 임의로 완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의사를 갖고 있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거듭 확인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짧은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대표가 ‘시간벌기용 회담으로 판명날 경우 대안이 있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럼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역으로 질문했다. 홍 대표는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는 대통령이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받아쳤다. 홍 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몰아세우자,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질문하듯 하실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천안함 사건 주범으로 지목하며 보수진영이 강력 반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도 거론됐다. 유 대표가 ‘김영철 방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를 생각하면 김영철 부위원장 방문이 마음 아프지만 이런 비극적인 일, 국가를 지키다가 생긴 희생이 없자고 대화하는 것”이라며 “김영철 부위원장의 구체적인 책임이 확정된 게 없는데 포괄적 책임만으로 대화를 안 할 순 없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두 대표 사이의 긴장감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문제에서 절정에 달했다. 홍·유 대표는 “한-미 동맹을 이간시킨다” 등을 언급하며 문 특보 파면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문 특보 발언은 강연 중 어느 한 대목만을 떼어놓고 문제 삼은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말하는 특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남일 정유경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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