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곽낙원 여사, 남자현 여사, 동풍신 열사, 정정화 의사, 윤희순 의사, 박차정 열사. 국가기록원, 백범기념관, 국가보훈처,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한 “건국의 아버지”에 이어 “건국의 어머니”를 한명 한명 호명하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 ‘건국 100년’의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때는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며 독립운동가 5명의 이름을 부른 바 있다. 이번에도 유관순 열사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6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일이 찾아서 기념사에 넣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유관순 열사에 이어 두번째로 언급한 동풍신 열사는 1919년 3월 함경북도 명천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만세시위 도중 아버지가 헌병의 총격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15살 나이로 시위대를 이끌다가 헌병에 체포됐다. 그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받다 1921년 17살 나이로 순국했다. ‘남에는 유관순, 북에는 동풍신’으로 불린다. 문 대통령이 “최초 여성 의병장”으로 소개한 윤희순 의사는 1895년 시아버지가 의병을 일으키자 ‘안사람 의병가’, ‘의병군가’ 등을 지어 항일독립정신을 일깨웠다. 1907년에는 직접 ‘안사람 의병대’를 조직해 의병운동을 지원했다. 1911년 만주로 이주해 학교(노학당)를 세우고 교장을 맡았다. 남편, 맏아들이 고문으로 숨지자 스스로 곡기를 끊고 1935년 75살 나이로 중국에서 순국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를, 문 대통령은 “강직한 어머니”라고 했다. 아들을 포함한 독립운동가들의 뒷바라지를 하다 1940년 중국 충칭에서 순국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독립운동가들이 자신의 생일상 마련을 위해 준비한 돈으로 ‘독립운동에 쓰라’며 권총 두 자루를 사서 건넨 일화는 유명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이번에도 “독립군의 어머니”라며 남자현 여사를 언급했다.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맡은 ‘안옥윤’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3·1운동 직후인 3월9일 46세의 나이에 압록강을 건너 서로군정서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남기고 1933년 8월 61살의 나이에 순국했다.
‘의열단’ 박차정 열사는 1924년 부산 동래 일신여학교 재학 중 조선청년동맹, 근우회, 동래노동조합, 신간회 등에 참여했다. 부산방직 파업 사건으로 체포됐다가 석방 뒤 중국으로 망명해 의열단장 김원봉을 만나 결혼, 의열단원으로 활동했다. 조선의용대 소속으로 항일무장투쟁을 하다 얻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1944년 충칭에서 순국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페이스북에 “약산(김원봉)은 잊혀졌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며, 의열단 등 중국에서 활동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재평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정정화 의사는 3·1운동 직후 시아버지인 대동단 총재 김가진과 함께 중국 상하이로 건너갔다. 1930년까지 6차례에 걸쳐 국내를 왕복하며 임시정부에 거액의 독립운동자금을 모집·전달했다. 충칭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가 자녀 교육 등을 담당했다. 1991년 서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차정 열사가 나온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밤을 지새우며 태극기를 그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1919년 3월11일 부산에서 제일 먼저 만세운동을 시작한 것을 기린 것이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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