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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수사칼날 턱밑 조여오자…MB ‘정치보복’ 프레임 몰아가기

등록 2018-01-17 21:13수정 2018-01-17 23:07

지지층 결집 전략
“보수궤멸 노린 정치공작”
“노 대통령 죽음 정치보복”
검찰 수사에 이념구도 대응

수사받는 측근 다독이기
“저와 함께 일한 공직자들
권력형 비리 없다”

박근혜 전략 반면교사
박 측근 떠넘기기 전략 실패
처음부터 “내게 물어라”
이명박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벽면에 서 있는 이들은 왼쪽부터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전 홍보수석,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공동취재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벽면에 서 있는 이들은 왼쪽부터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전 홍보수석,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공동취재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보수 궤멸을 노린 정치공작, 보복정치이자 나를 목표로 한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직접 규정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선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검찰 수사를 ‘문재인 정부 대 보수진영 전체’ 구도로 치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날 새벽 구속되면서, ‘검찰 포토라인’에 자신이 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정면 대응 태세로 급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며 수사가 집중되고 있는 측근 그룹을 뒤로 물리고 자신이 전면에 섰다. 그는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공직자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다”라고도 주장했다. 측근들은 ‘어차피 나를 겨냥한 것이니 나를 수사하라는 게 이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에게 물어라”고 하면서도 정작 성명에선 ‘특활비’, ‘다스’ 등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표현이나 언급을 삼갔다. 대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못박았다. 또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노무현=문재인=한풀이’ 프레임을 만들어 보수진영 결집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업적’과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으므로 저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성명 끝에는 애초 배포 자료에는 없던 “평창올림픽을 어렵게 유치했다. 총단합해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국격을 다시 한번 높이길 소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평창겨울올림픽을 자신의 임기였던 2011년 유치했음을 부각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정면 대응 전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떠넘기기 전략’ 실패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등에선 “박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나왔다면, 보수층의 지지와 여론 결집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이날 성명은 정동기 전 민정수석 등 검찰 수사 방식에 밝은 이들이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들에게 성명 준비를 지시했고, 참모들이 별도로 모여 문안을 작성한 뒤 이 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다듬어 발표했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던 서울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나타난 이 전 대통령은 “매우 송구스럽고 참담스러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한 뒤 3분에 걸쳐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감기에 걸렸다는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 직후부터 서너차례 기침을 하고 목이 잠기기도 했다. 배석한 한 측근은 “마지막에 울컥하셔서 목이 메었다”고 했다.

김남일 정유경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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