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집사격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4억원 이상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일 나오던 서울 삼성동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이날 오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통령은 오늘 나오시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대책회의를 열었던 참모진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쪽은 “별도 일정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만했다. 애초 이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오전 10시 삼성동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을 만난 한 측근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허무맹랑하다’고 본다. 오늘 중으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동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 전 대통령과 참모 등이 모여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등을 염두에 둔 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김 전 기획관이 돈을 받았다는 2008년 5월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다. 당시 국정원장인 김성호 원장과 김 전 기획관이 아는 사이도 아니고, 일개 청와대 기획관이 국정원장에게 돈을 보내라고 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대통령 특활비가 있는 청와대가 돈이 없어서 4억원을 받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 쪽처럼 정기적으로 받은 것도 아니고, 2년여에 걸쳐 2억원씩 받았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쪽은 2008년 5월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받은 직후,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김주성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청와대 집무실에서 독대하며 특활비 얘기를 나눴다는 검찰 수사 내용을 강하게 반박했다. 한 측근은 “친분이 있다고 독대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층층으로 있는데 국정원 기조실장이 그 사람을 제치고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따로 만난다는 것은 청와대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저 웃을 일”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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