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한국의 독자적인 방위력 강화를 위해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는 데에 합의했다. 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과 첨단 정찰자산의 획득·개발을 위한 협의도 즉시 시작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거듭 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첨단 정찰자산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최첨단 군사 자산 획득·개발과 관련한 협의를 즉시 시작할 것을 담당 관리들에게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윤 수석은 또 “11월7일부로 대한민국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 해지하는 2017년 개정 미사일지침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주문하는 것으로 말씀했다”며 “한국에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며 미국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군사력 증강 협의 내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적 전략자산 획득에 대해 한-미 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 자산을 가지고 있다.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가장 훌륭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막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를 성사시켰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다.

아울러 두 정상은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경우 더욱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 논란과 관련해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로,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큰 우애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며 “이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서로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과 북핵 공동대응 외에 최대 현안으로 꼽혔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선 두 나라가 “관련 협의를 촉진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미 동맹의 한 축이 경제 협력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적인 무역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해 관련 당국으로 하여금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해나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협상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뒤 “한국 교역 협상단에 우리 측과 긴밀히 협상해 우리 측과 더 나은 협상을 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보협 이승준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