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강원랜드의 대규모 부정채용으로 촉발된 공공기업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민·형사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어쩌다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회 유력 인사들의 청탁에 의해서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여진다”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는 지난달 5일 <한겨레>의 첫 보도로 공개된 강원랜드의 대규모 특혜채용 사건을 일컫는다. 강원랜드는 2012~2013년 공채 당시 5268명의 지원자 중 518명을 선발했는데, 이중 95%(493명)가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7명 등을 포함한 유력 인사들의 지시·청탁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상 규명 지시에 따라,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겨레>의 보도 뒤 춘천지방검찰청은 강원랜드 금품 채용청탁 의혹 당사자들을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 18일부터 강원랜드의 대규모 부정채용과 관련해 탈락한 응시자들을 원고로 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부정청탁과 그에 따른 점수 조작 등으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현행법상 ‘응시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드러나지 않는 한 합격을 취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부정 취업자 당연 퇴직 규정을 마련하고 행정기관들이 채용공고에 부정행위자 합격취소 관련 규정을 포함하도록 감독부서를 통해 행정지도하는 방안 및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원의 업무 배제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정애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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