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박3일, 한 1박2일 머물러
보수야당 ‘코리아 패싱’ 논란 부각
청와대 “기간보다 성과가 중요”
보수야당 ‘코리아 패싱’ 논란 부각
청와대 “기간보다 성과가 중요”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달 아시아 순방 ‘체류 기간’을 두고 신경을 잔뜩 곤두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하루 더 머무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한국 홀대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체류 기간보다 성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한국과 일본 체류 시간이 비슷하다는 논리까지 동원하며 방어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미국 쪽과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방한 일정을 긴밀히 협의한 결과, 다음달 7일 오전에 한국에 도착해서 8일 오후에 (중국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가미 고타로 일본 관방부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2박3일, 한국에서는 1박2일 체류하는 일정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한-미 동맹에 대한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강효상 대변인)고 비판하는 등 정치권에서 ‘한국 홀대론’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아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때 한국과 일본 체류 기간에 균형을 맞췄던 것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도 이런 해석이 제기될 것을 알기에 막판까지 백악관 쪽과 일정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11월7일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미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도착 및 출발 일정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보수야당 등이 ‘코리아 패싱’ 논란을 부각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이틀 밤을 묵도록 노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1박2일로 결정된 데 대해 박 대변인은 “미국 쪽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방한임을 고려해 2박3일 일정을 추진했지만 항공 일정과 국빈 방한 때의 의전 행사 등을 고려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도착 시간이 ‘5일 오후’라는 점을 들어, “한국에 체류하는 시간과 일본에 체류하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선 25년 만에 ‘국빈 방문’을 한다는 점을 부각하며, “체류 기간보다 정상회담 성과 같은 방문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두고 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문제 대응,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 등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참석에 앞서 들르는 한·중·일 3국 중 (한국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공동 언론발표와 국빈 만찬, 공연 등이 예정돼 있는 점을 설명하고, “한-미 정상 내외분의 우의와 신뢰를 잘 보여주는 친교 행사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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