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적격 아니지만” 결론 못내
박 낙마땐 김명수에 악영향 우려
청 “더 지켜보자” 장고 들어가
박 낙마땐 김명수에 악영향 우려
청 “더 지켜보자” 장고 들어가
여당 내에서조차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면서 청와대가 심각한 위기의식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 이후 ‘여소야대’의 냉정한 현실을 실감하게 된 청와대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전날 박성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마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기업위원회(산자위)는 12일 오후 여야 간사단 협의를 열어 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의 요청에 따라 13일 오전으로 일정을 미뤘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일찌감치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겠다고 밝혔지만, 홍 의원이 “당내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며 보고서 채택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13일까지는 적격-부적격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해 적격-부적격 의견이 엇갈리고 관계 기관끼리도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 최대한 내일까지 시간을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박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엔 전문성과 자질 등에서 부족함이 많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청와대의 인사에 집권여당이 공식적으로 반발하기 어렵다는 점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 탓이다. 한 참석자는 “누구도 박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적격’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무적인 판단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여당이 이날 야당과 함께 ‘부적격’ 의견이 담긴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경우 자칫 인사를 둘러싼 ‘당·청 갈등’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판단의 몫을 청와대로 돌렸다는 취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이날 저녁까지도 “지켜보자”며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선 김이수 후보자에 이어 박 후보자마저 낙마할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 인선 등 향후 인사에서도 야권의 기세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박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등을 통해 야당과의 협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또한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김이수 부결 후폭풍’으로 청와대와 야권 사이에 냉기가 흐르는데다, 지도부 공백 등 야당의 당내 사정까지 겹친 탓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과 관련해 “(불참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애 최혜정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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