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무책임의 극치”, “헌정 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격한 표현을 가리지 않았다. 윤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점을 환기하면서 “상상도 못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라며 야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이번 사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이 가장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날은 박한철 전임 헌재소장이 퇴임한 지 223일째,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11일째 된 날이다. 윤 수석은 이 점을 짚으며 “다른 안건과 김 후보자 건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됐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부결까지 시키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사실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굉장히 굳은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표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이 ‘의원 자유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조직적 이탈’을 미리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표 단속’을 제대로 못 한 게 아니냐는 책임론이 나오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당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감쌌다.
청와대는 “김이수 후보자에게는 부결에 이를 만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이날까지 미뤄지다 끝내 부결까지 된 것은 야당의 정략적 의도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청와대가 관계 급랭을 감수하면서 야당을 정면으로 치받고 나온 것은, 이번 부결 사태에서만큼은 야당의 명분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에 날을 세웠지만 청와대는 김이수 후보자보다 더 반대가 심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반대 기조가 김명수 후보자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새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선 “(아직) 전혀 생각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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