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놓고 전화로 신경전을 벌였다. “강제징용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다”라고 한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아베 총리가 “일본 국민 사이에 걱정이 좀 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개인 청구권은 별개 문제’라는 논리로 맞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조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겠다”며 이 문제를 꺼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 한-일 기본조약으로 해결된 게 아니냐’는 일본인 기자의 질문에 “양국 간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한 답변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이 문제가 한-일 기본조약과 한-일 회담에서 해결됐고 한국 정부도 보상한 바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한국 대법원이 국가 간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와 회사 사이에 남아 있는 개인적 청구권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는 점”이라고 응수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 회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정부 차원의 합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일제강점기 피해 당사자 개인의 청구권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두 정상의 신경전은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성숙한 관계로 가야 한다”(아베 총리), “이 같은 문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걸림돌이 안 됐으면 한다”(문 대통령)는 대화로 일단 매듭됐다.
두 정상의 통화는 아베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의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발언에 대한 일본 내의 부정적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문 대통령의 강제징용 피해자 청구권 발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8월29일~9월1일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중남미 협력 포럼’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한다는 <산케이신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정애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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