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낮의 더위가 조금 가신 27일 저녁 6시, 청와대 상춘재 앞뜰엔 생맥주 기계가 설치됐고 테이블이 펼쳐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싱싱한 거품이 피어오르는 맥주를 따라 직접 잔을 채웠다. 문 대통령이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됩니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하자, 기업인들이 “위하여!”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초청한 기업인 9명에게 가족, 취미생활, 경영 현황 등에 대한 깨알 질문을 던지며 친근감을 표했다.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겐 “지난주에 손자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손자·손녀가 아들·딸하고 또 다르죠? 핸드폰에 손자·손녀 사진 넣어다니는 거 아닙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 9대 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계속 연임에 성공해 2020년까지 협회장을 이끌게 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만나선 “양궁협회 회장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이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스킨십을 쌓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종종 피자를 보내는 구본준 엘지(LG) 부회장에겐 “피자 시이오라는 별명이 있다고 들었다”며 운을 뗐다. 구 부회장은 “전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 피자가 다 동이 난다. 공장 같은 덴 몇천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직원 단합 사기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고 맞장구를 친 뒤 임종석 비서실장을 돌아보며 “우리도 피자 한번 돌리죠?”라고 웃었다. 구 부회장이 “어느 잘하는 부처에 대통령 명의로 보내면 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기재부에 보내면 되는 거죠?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제가…”라며 활짝 웃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손님은 재계 순위 100위권 밖의 중견기업인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함영준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며 “고용도 그렇고 상속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 거죠. 젊은 사람들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거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 기업이기도 한데 나중에 그 노하우도 한번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15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 납부, 비정규직 비율 1%대, 10년 가까이 라면값 동결 등의 행보를 보이자, 소비자들이 오뚜기를 ‘신’을 뜻하는 ‘갓’(God)과 합성해 ‘갓뚜기’라는 애칭을 붙이며 찬사를 보낸 데 대한 언급이었다. 함 회장은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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