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각)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를린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의 첨예한 관심사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조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 요인을 제거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사드에 대한 중국 쪽 우려를 전달하면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두 정상은 사드를 회담의 의제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도 ‘사드’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피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문제를 논의한 건 맞다. 다만 ‘사드’라는 표현은 하지 않고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고 표현하기로 흔쾌히 합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만남이 갈등의 요인 자체를 해소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양국의 이해의 간극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문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연계하며 시 주석의 이해를 구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문 대통령은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배치된 것이니,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면 사드 문제도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시 주석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설득해 핵·미사일 동결과 폐기를 이끌어내면, 사드를 국내에 배치하게 된 원인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 사드 문제 역시 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해결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 시간 동안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자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논리를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고위급 등 각급 전략대화로 테이블을 바꿔 계속 논의하는 데는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면서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시간을 번 것이다.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양국 간 교류·협력이 정상화되고 좀 더 높은 차원에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도 실무 대화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노력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시 주석은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맞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 역할 강화론’을 말하는 문 대통령에게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해결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는데,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북핵 문제는 ‘남북’, ‘북-중’ 간 관계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문제로 파악해야 하는 만큼, 북핵 문제 해결의 책임을 중국에만 떠넘길 게 아니라, 미국이 책임있는 조처를 취하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사드 및 북핵 문제 해결은 결국 앞으로 이뤄질 한-중의 후속 정상회담과 안보 고위급 회담 등의 테이블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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