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 중인 모습이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한-미 확대정상회담 중 통상문제로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와튼 스쿨’ 동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마디가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청와대 관계자가 전한 한-미정상회담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회담에서 미국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문제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운을 띄우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측 참석자들이 잇따라 발언하며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한국 쪽에선 장 실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구체적인 무역 통계 수치를 제시하며 맞섰다. 이때 장 실장이 미국쪽 이해를 돕기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농담을 던졌고 곧 회담장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장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졸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 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제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는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 중국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고, 이에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 책이 번역돼 미국에서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더 커진다”고 말해 다시 한번 웃음꽃이 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 종료 뒤 공동성명 내용이 공개되기까지 7시간이나 걸린 것과 관련해선 “문항 가운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free fair trade)’이란 표현에서 ‘자유롭고(free)’라는 표현을 뺐으면 좋겠다는 미국 쪽 요구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문서 결재라인에 백악관 비서실장이 추가된 것도 발표가 늦어진 데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세영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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