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을 방문해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태안/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을 방문해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현무-2는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사전 탐지해 발사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요소로, 사거리(800㎞)가 북한 전역에 미치는 공격 무기다. 문 대통령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것은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부각시켜 사드 배치 지연 논란에 따른 안보 불안감을 완화하는 한편,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 지도부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예정된 사거리를 비행한 뒤 목표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며 “시험 발사 성공은 한-미 신 미사일 지침에 따른 최대한의 능력을 확보한 의미가 있으며, 6차례의 시험평가 발사 중 네 번째로, 향후 두 차례의 시험발사 평가를 거친 뒤 전력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오늘 문 대통령의 국방연구소 방문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시험 성공 직후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 도발에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국민이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대통령인 나도 궁금했는데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민이 안심하셔도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든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나는 대화주의자이지만,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고, 포용정책도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는 무기체계는 파괴·살상이 아니라 대화·평화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은 전했다.
애초 이날 참관은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전날 행사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급하게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행사 참관이 북한에 대한 자극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실무진의 염려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시험발사에 성공한 현무-2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킬체인’의 핵심 무기라고 밝혔지만, 사거리와 정확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정밀타격에도 사용될 수 있는 공격 무기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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