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조선시대 문화재 ‘문정왕후 어보’가 한·미정상회담 때 국내로 반환된다.
청와대와 여권의 복수 관계자들은 23일 “2015년 한·미 정상이 ‘조속한 반환’에 합의했지만 재판 등의 절차로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던 문정왕후 어보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어보 반환 촉구 국회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반환운동에 앞장서왔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 동행하는 의원은 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안 의원뿐이다.
‘어보’는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을 위해 제작된 의례용 도장으로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문정왕후 어보는 명종 2년(1547년)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에게 ‘성렬대왕대비’라는 존호(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리는 것을 기념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어보는 한국 고미술 수집가인 로버트 무어가 소장하다가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이 사들여 전시됐는데, 한국전쟁 때 밀반출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13년 9월 미 당국에 압수됐다. 이후 2015년 10월 한·미 정상이 ‘조속한 반환’에 합의했지만 재판 등의 절차로 반환이 지연돼왔다.
정부가 미국과 공조해 문화재를 환수한 것은 1893년 고종이 발행한 최초의 지폐인 호조태환권 원판,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에 이어 세번째다. 문화재청은 최근 “이르면 8월께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반환된 문정왕후 어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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