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초안 ‘6기’ 문구 사라져
청 “발사대 4기 의도적 누락 확인”
김관진 전 안보실장도 조사 통보
안보실장의 반입 확인 요청때도
한 국방 “그런 게 있었습니까” 반문
사드 발사대 배치 보고 누락과 관련해 파문이 일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국방부의 ‘의도적 누락’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31일 보고 책임자인 한민구 국방장관을 비롯해 미국 정부와 함께 사드 배치를 진행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청와대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어제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들을 집중 조사한 결과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되어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알게 된 과정도 밝혔다. 지난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부 보고를 받았으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이후 이상철 안보1차장이 보고에 참여했던 관계자를 따로 불러 확인한 결과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이에 28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오찬을 하면서 추가 반입 사실을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부인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한민구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조사를 받기 전 국방부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입을 다물었다. 한 장관은 또 보고서 원본에 들어 있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이 최종본에서 빠진 데 대해선 “(보고 누락을) 지시한 적이 없다.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발사대 추가 반입 인지 시점, 보고서 수정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보고서 수정 경위뿐 아니라 사드 도입 결정과 발사대 등을 기습 배치한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해촉돼 26일 청와대 보고서 결재선엔 포함되지 않은 김관진 전 실장을 조사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에) 진술한 사람들의 진술을 보면, 지난해 12월 사드가 어떻게 배치됐는지에 대한 진술도 있다. 그 과정에서 김관진 전 실장이 어떻게 관여됐는지,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문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전방위 조사’를 예고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나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임 정부 결정이지만 정권교체가 됐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면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이 강력히 요구된다. 나는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유경 박병수 기자 edge@hani.co.kr[디스팩트 시즌3#54_사드 추가반입 숨긴 국방부의 반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