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인천공항/청와대사진기자단
12일 오전 10시30분 인천공항 4층 시아이피(CIP) 라운지. 이명박 정부 시절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하나로 만들어졌던 ‘기업인 우대 라운지’에 평소라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인천공항에서 보안경비, 환경미화, 소방, 시설유지보수, 수하물관리 업무 등을 맡은 이들로 하양, 검정, 파랑, 주황 등 저마다의 유니폼을 입고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찾아가는 대통령 1편-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위해 취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여 앉은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우리 인천공항공사에 아주 기쁜 소식이 있다고 해서 그 소식을 함께 나누려고 왔다. 어떤 기쁜 소식인지 궁금하시죠?”라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들을 하나하나 읊어나가자 이내 무거운 표정으로 경청했다. 한 환경미화 노동자는 “인천공항이 자랑하는 세계 서비스 평가 12년 연속 1위에는 청결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폭발물 의심 신고나 화재 신고, 마약이나 밀수 신고도 환경미화원들이 하곤 한다. 더 이상 우렁각시가 아닌 공항공사의 일원이 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보안검색 요원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많은 (공항)가족분들이, 이렇게 많이 힘들다는 걸 듣고 나니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중요 국가기관에 일하는 저희를 찾아주신 거에 대해서 희망이 보인다”며 울먹였다.
이어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공항가족 1만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하자 4층 행사장은 노동자들의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문 대통령은 “저는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특히 “(공항처럼)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 전환과 고용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는 희생과 헌신이 아닌 당당한 노동으로 경영 발전을 시켜달라. 정규직 전환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줘야 다른 공공부문이나 민간기업들도 정규직 전환에 동참할 것이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노동자들은 “네”라고 웃으며 답했다.
행사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자는 노동자의 제안에 응하려던 문 대통령에게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의 박대성 지부장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정부와 공항공사,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을 같이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어달라”며 ‘어떤 정규직으로의 전환’인지를 함께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답변하며 “다만 노동자들도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연일 화제인 문 대통령의 격의 없는 소통은 이날 인천공항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는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단체 촬영을 한 뒤 개별 기념촬영에도 하나하나 응했다. 행사에 앞서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 갑자기 문 대통령이 들어서자 출국 수속을 밟던 여행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를 하거나 손을 잡고 즉석에서 기념사진 촬영에 응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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