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오른쪽 둥근 지붕) 건물 뒤편으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청와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종일 국회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생사의 기로에 섰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55분간 면담한 것을 제외하곤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의) 가·부결을 예단하기 어려우니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를 텔레비전 생중계로 지켜보며, 관련 보고도 받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와대는 애초 박 대통령이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최후 변론’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자칫 변명으로 비쳐질 수 있고 국회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004년 3월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야권과 새누리당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개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막판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청와대의 한 참모는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이 참모는 “대통령이 이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당 지도부와 당내 뜻있는 분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9일 국회의 탄핵안 표결 결과가 나오는대로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형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가·부결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 탄핵’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국민들 앞에 사과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당론이었던 ‘4월 퇴진, 6월 대선’을 수용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임기 완수를 고집하기보다, ‘질서있는 퇴진’을 위해 4월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기존 당론대로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박 대통령 의중이 실린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가결, 부결 등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 예단해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결과를 보고 답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청와대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당일 ‘머리손질’, 최순실씨의 옷·가방값 대납 의혹 및 ‘뇌물죄’ 성립 논란 등이 잇따라 제기된 것에 대해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내 ‘온건파’ 의원들이 이번 의혹들을 계기로 탄핵 찬성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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