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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진 거부…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대통령

등록 2016-12-06 21:33수정 2016-12-06 22:52

박 대통령, 이정현-정진석 회동
“야당이 대화 거부” 책임 떠넘기고
헌재 심리 완료까지 버틸테니
새누리는 엄호 나서라 엄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정진석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회동 시간을 15분 남겨둔 오후 2시15분쯤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차량은 이 대표의 차량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정진석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회동 시간을 15분 남겨둔 오후 2시15분쯤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차량은 이 대표의 차량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자신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사흘 앞두고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4월 퇴진’ 일정을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을 강행하면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장기전’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 현재 시국 상황을 여전히 야당의 비협조로 돌리는 안일한 현실 인식도 그대로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55분간 면담했다. 정 원내대표는 “1시15분쯤 오찬 중에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밝히자, 박 대통령은 비주류 의원 면담, 대국민 담화, 여당 지도부 회동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방안을 구상해왔다. 하지만 ‘232만 촛불민심’(12월3일)에 놀란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관계없이 탄핵에 나서겠다며 돌아서자, 마지막 방안으로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지도부에게 ‘지령’을 내려 ‘탄핵 대오’를 최대한 흩트려 놓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들 앞에 서는 4차 담화가 아니라 여당 지도부와 면담 형식을 취한 것 또한 이미 국민 여론이나 야당은 포기한 채 여당 내부 교란에만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 정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초래된 국정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혼란스러운 시국의 원인을 모두 야당 탓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영수회담을 수용하고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를 방문해서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했고 이를 야당이 거부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화 제의를 수용했는데 이것도 무산됐다”고 설명했다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를 묵살하고, ‘퇴진을 전제로 한’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은 거부 뜻을 밝히는 등 자신의 국정 주도권에 집착한 결과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또 “이도 저도 안 돼서 국정위기를 풀어볼 마음이 간절했고, 또 그 이후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었다”며 “국회에서 결정해주시는 대로 따를 것이고, 국회 결정대로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 정권을 이양하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국회에 거취 문제를 일임했는데도, 국회가 이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에 따라 ‘떠밀리기식’ ‘간보기식’ 대응을 이어온 자신의 문제는 외면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탄핵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인식한 듯 “탄핵이 가결되면 받아들여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리가 완료될 때까지는 스스로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탄핵하면 나는 끝까지 버틸 테니 잘 생각하라’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협박’한 셈이다. 또 “당의 협조”를 당부한 것은 야권에서 ‘탄핵 후 즉각 사퇴’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한 ‘엄호’를 요청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 뒤 당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가결 뒤에도) 하야 투쟁을 하겠다는 야당의 주장은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다만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이 무효화됐고, 9일 국회의 탄핵 표결에 자유투표 당론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이정현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설명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며 수용하는 뜻을 나타냈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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