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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시간 끌며 보수층 결집 노림수…탄핵 대비 장기전 태세

등록 2016-11-17 21:47수정 2016-11-17 23:07

박 대통령 국정복귀…버티기 왜
외교부 이어 문체부 2차관 임명
퇴진 여론 귀막고 장기전 들어가
“수석 보고 받으며 국정현안 챙겨”

탄핵안 낼때 새누리 이탈표 계산
헌재 가더라도 최장 6개월 고려
국정조사·특검으로 버틸 명분도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촛불 민심’을 거스르며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당혹스러워하던 청와대는 ‘전열’을 정비하며 장기전에 들어간 태세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대통령을 사퇴시킬 방법이 탄핵밖에 없는 데다,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판에만 최장 6개월이 걸리는 만큼 시간에 기대어 반대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17일 공석이던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유동훈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을 임명했다. 전날 ‘엘시티 비리 엄단 지시’와 외교부 2차관 임명 등으로 사실상 국정 복귀 선언을 한 데 이어 이틀째 인사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유 신임 차관은 현 정부의 언론통제 정책을 사실상 입안한 당사자로 알려져 있어, 이번 인사가 박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 회복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은 가리되, 국정공백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지금도 외부일정만 없을 뿐, 평시처럼 수석들의 보고를 받으며 국정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 박 대통령을 ‘사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탄핵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권의 균열과 새누리당의 방어로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탄핵이 누구한테 유리할까’ 계산하느라 국회에서 탄핵안 논의 자체가 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새누리당의 이탈표가 탄핵안 의결정족수(200명 이상)를 채우는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은 아예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여당 의원이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본회의장에 나타나는 것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설사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최종 심판까지는 최장 6개월이 소요된다. 헌재 결정을 최대한 늦춰 이반된 민심을 다시 되돌릴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다음주께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달했다. 19일 기소 예정인 최순실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금 물러나 60일 내에 대선을 치르면 정권을 야당에 그대로 ‘헌납’할 가능성이 높아 퇴임 후의 ‘안전’ 역시 보장하기 어려워진다고 보는 것이다. 차기 대선을 위해 보수층을 결집할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여론 반전책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민원전화가 많아지고, 박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는 꽃 선물도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100여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숨죽이던 박 대통령 지지층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만 버티면 임기를 마저 채울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도 예정돼 있어 버틸 ‘명분’이 생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혜정 노형석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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