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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성실히 조사받겠다더니…박 대통령 ‘수사 사보타주’

등록 2016-11-15 20:59수정 2016-11-15 21:35

변호인 유영하, 16일 조사 거부 “수사 최소화하고 서면조사해야”
20일 구속 만료 ‘최순실 공소장’ 혐의 적시 최대한 막으려는 듯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해 3월22일 오전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산본시장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오른쪽)와 함께 상인이 권하는 생선전을 맛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해 3월22일 오전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산본시장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오른쪽)와 함께 상인이 권하는 생선전을 맛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가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대표적 ‘원외 친박근혜계’ 인사인 유영하(54·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를 선임하고, 조사 일정과 방식, 장소 등을 검찰과 원점에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준비를 이유로 일정을 최대한 늦추고, 조사 방식도 가능한 한 서면조사로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검찰 조사를 사실상 무력화하며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에 대한 내일(16일)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혹을 정리하고 변론 준비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검찰과 조사 일정과 방법을 협의하고 합리적으로 조사 일정이 조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늦춰, 오는 20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최순실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 내용이 적시되는 걸 막으려는 ‘꼼수’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 조사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며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사가 부적절하고 본인 동의하에 수사하더라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조사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시기도 “정호성 전 비서관 등 관련자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최대한 늦게, 그것도 가급적 서면으로’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의 발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혐의가 검찰 조사를 통해 공식화될 경우, ‘박 대통령 퇴진 요구’가 법적 정당성을 얻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최소화해 정치권의 탄핵 추진 움직임을 가능한 한 뒤로 미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지난 4일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배치된다.

야당은 “조사를 회피하고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등 측근 보호를 하려는 것”(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벌기 꼼수”(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라고 비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에게 “현재 수사 상황에 비춰보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혜정 서영지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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