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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기업들이 선의의 도움” 두 재단 강제모금 개입 부인

등록 2016-11-04 22:05수정 2016-11-04 22:27

“미르·K, 국민 삶 위해 추진”
재단설립 정당성 거듭 강조

연설문 등 비밀누설도 언급 회피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국정농단 몰랐다는 듯 선 그어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다. 시작부터 마치고 돌아설 때까지 차례로(왼쪽부터) 모았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다. 시작부터 마치고 돌아설 때까지 차례로(왼쪽부터) 모았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이후 열흘 만인 4일 또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 및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논란을 ‘최순실 개인 비리’로 규정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자신의 책임은 비켜간 채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두 재단에 대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며 재단 설립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재단 설립이 기업인들의 선의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해, 재단 설립을 사실상 ‘지시’한 박 대통령 자신에 대한 수사 여지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직접 독대하거나 구체적인 모금 액수까지 지정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는 점에 비춰보면 ‘기업인들의 선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재단을 강제 모금으로 설립한다는 것도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해, 자신과는 무관한 ‘개인의 일탈’로 몰아갔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설립 자체는 문제가 없고, 모금 및 운영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장인 셈이다.

특히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니”라고 제3자의 입장에서 발언한 것은 박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사전에 몰랐다며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 등 여러 차례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두 재단 설립 및 모금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하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을 피해 갔을 뿐이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모금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에 대해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말해, 현재 논란의 책임이 최씨에게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연설문 유출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때도 “저로서는 좀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며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열흘 사이 두차례에 걸쳐 ‘공무상 비밀 누설’, ‘강제모금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섰지만, 모두 고의성과 책임은 비켜간 ‘표면적 사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결론적으로 사과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이번 사건의 몸통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하야와 탄핵까지 요구하는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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