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내정 발표 후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배성례 홍보수석, 한 비서실장, 허원제 정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전날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지명한 데 이어 야권 출신 인사를 청와대 최요직에 앉힌 것이다.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의 인사를 잇따라 기용한 뒤, ‘불통 인사’에 반발하는 야권에 국정파행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에 이어 17년 만에 또다시 비서실장을 맡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정치인생 대부분을 ‘디제이(DJ)맨’으로 보낸 한 비서실장은 지난 2012년 초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뒤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다가 18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10월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1년10개월간 비서실장을 했고 이번이 두번째다. 감회가 깊다”며 “박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아닌가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제외한 참모진 후임 인선에 나서면서 인적개편 수순을 일단 마무리했다. 특히 정부와 청와대의 핵심 요직을 각각 참여정부, 국민의정부 출신 인사로 임명한 것은 ‘통합’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야권 출신 인사를 최요직에 기용한 만큼, 야당이 주장하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모시고 국정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고, 국정에 대해 여러가지로 할 말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박 대통령이 직접 야당 대표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민 ‘김병준·한광옥 카드’가 야당의 운신 폭을 좁게 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의 반대를 뻔히 예상하면서 인사를 강행해, 장기화되는 국정공백의 책임을 야당에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김병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야당을 비난하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얕은 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야권은 청와대의 한광옥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통합 코스프레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 전격 합류해 말 갈아타듯 당을 갈아타신 분”이라며 “이런 분을 얼굴마담 비서실장으로 내세운 것은 ‘거국내각 코스프레’에 이은 ‘대통합 코스프레’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러들이는 식’으로 국면전환용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병준 카드로 ‘친노’를 쪼개고, 한광옥 카드로 ‘호남’ 또는 ‘친디제이(DJ)’를 가른다? 여전히 반성과 진심없는 정치공학만 작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혜정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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