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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에 “남으로 오라”…‘북 붕괴론’ 노골화

등록 2016-10-02 21:41수정 2016-10-02 22:04

박근혜 정부 ‘대북 강경론’
국군의 날 기념사 ‘최고 수위’
“언제든 자유로운 터전 오시길”
한반도 안정화 책임 방기하고
남북 관계 파탄 발언만
“단합” 강조하며 야 ‘입막음’도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장병들의 경례에 거수 경례로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장병들의 경례에 거수 경례로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탈북을 대놓고 ‘촉구’했다. 북한 지도부와 주민들을 분리시켜, 지도부에는 노골적 비난을 가하고 주민들을 상대로는 직접적인 동요를 추동하는 전략을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 체제 붕괴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대안 없이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에게 진실을 알리고, (북 주민) 여러분 모두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자유 터전으로 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대한민국으로 오라’고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와 주민들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 접근한다는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도록 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사실상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언급한 이후,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며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8월22일 을지국무회의),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9월9일 안보상황점검회의) 등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도 “북한이 소위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며 체제 균열과 내부 동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등 핵심층의 이탈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북 체제의 심각한 균열로 이어진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북한 붕괴론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이를 활용할수록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더욱 멀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일성 주석 사망과 자연재해를 겪던 시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도 붕괴론이 등장했지만 북은 건재하다”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어 지금 상황에서 북한 붕괴론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붕괴론으로 대북 정책 실패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현재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원인을 ‘불안정하고 미치광이같은’ 북한 체제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짚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체제-주민 분리 전략을 펴고 있지만, 같은 논리라면 북한 대규모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북의 위기와 현실성 없는 ‘붕괴설’을 거듭 언급하는 것은 야당 등 반대세력에 대한 ‘입막음’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핵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며 또다시 ‘단합’을 강조했다. 김연철 교수는 “외부 위협에 대항해 단합해야 한다는 건 유신 시절의 논리이자, 북한의 논리”라며 “남북 관계를 국내정치적으로만 접근하면, 북-미 관계 등 상황 변화가 있을 때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혜정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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