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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칼럼]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는 대통령

등록 2016-08-17 17:28수정 2016-08-18 17:42

성한용 기자
성한용 기자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놀랍다. 북한 당국에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려는 시대착오적인 통일전선 차원의 시도도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통일전선은 공산당이 동조 세력을 확보해 함께 싸우는 우회 혁명 전술이다. 레닌이 만들고 스탈린이 가다듬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의 통일전선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남로당 프락치 사건이 일어났는가 하면 북괴가 대남협상을 제의하는 등 북괴 공산주의자들의 통일전선 전략은 이미 그때부터 있었다. 당시의 정부가 이를 정확히 분석, 대비하지 못해 그들의 전술에 말려들어가 6·25의 비극을 맞았다.”(1975년 6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느닷없이 통일전선을 끄집어낸 이유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반대 여론의 배후에 북한이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섬뜩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말을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에게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 맞서 싸워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섬뜩하다.

통일전선을 비판하면서 체제 붕괴를 부추기는 것은 모순이다. 박근혜 대통령 머릿속에서는 남북 간 체제 대결이 진행 중인 것 같다. 본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우호적이었다. 2000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일행과 함께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방북단에 야당 의원들을 포함하려고 의사타진을 했다. 박근혜 의원은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가 아무도 가지 못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않았다.

2002년 5월 방북은 그 연장이었다. 방북 결심의 순간을 2007년 자서전에 자세히 써 놓았다.

“북한은 나에게 어떤 존재였던가. 어머니가 북의 사주를 받은 총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우리 가족을 기습하기 위해 북에서 보낸 특수부대가 청와대 바로 앞까지 왔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북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시던 모습을 보아왔다. 그런 내가 북한에 간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과거의 아픔과 기억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아픔을 겪은 나이기에 남북관계를 가장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북한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방북 결과에 흡족해했다.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

2004년 6·15 4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해 “6·15 선언은 남북 간 화해 협력과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다음날 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마저도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박근혜 대표를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향적 대북 인식은 2012년 대통령 선거 공약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에 담겼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유연한 대북정책 때문에 안심하고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많았다.

2013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건의한 140대 국정과제에는 이런 항목이 들어 있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엄중한 대응과 함께 남북 간 협의 및 미국·중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과 조율을 거쳐 큰 틀에서 비핵화 해결 모색” “남북 간 신뢰 형성을 통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 발전”

3년 6개월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실패했다. 그래 놓고 큰소리다. 어이가 없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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