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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졸속 결정’ 부메랑…박 대통령 뒤집기도 ‘졸속’

등록 2016-08-04 20:57수정 2016-08-04 21:29

‘성주 내 제3 후보지 검토’ 발언 파장
청 “주민과 소통 강화 강조”
부지 이전 해석확대 경계
국방부 기존의 ‘불가’ 방침과 배치
야 “졸속 결정 단적으로 보여줘”

실제 이전땐 추가 부지공사 필요
“배치 여부 불투명해져” 전망도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 초·재선 의원들과 면담하기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예정지가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 초·재선 의원들과 면담하기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예정지가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된 경북 성주 성산포대 대신 성주군 내 다른 지역으로 포대 주둔지를 옮길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발언의 배경과 실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실제 이전 가능성보다는 주민들과의 소통 강화를 강조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라는 게 청와대 쪽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여러 차례 밝힌 “(성산포대 외) 다른 지역 배치 불가” 방침과 배치되는 발언을 대통령이 내놨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야당은 사드 배치가 졸속 결정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초·재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주 주민들의 사드 전자파 유해성 우려를 전해듣고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성주군 내에 새로운 지역을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조사하도록 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일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사드가 성산포대에 배치되면 레이더빔이 성주군 중심부를 관통하게 되는 것을 주민들이 우려한다며, 성주군 내 다른 지역을 검토해줄 것을 청와대 쪽에 요청해왔다. 또 박 대통령은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조사해서 기지 적합성 결과를 성주 군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사드 배치 결정 전에 지역 주민들과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비판을 의식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 부지 발표 이후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쪽은 박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새로운 지역”이 아니라 “검토·조사”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성주 주민들이 다른 지역을 추천하면 이를 면밀히 조사해 주민들에게 가능 여부를 알려주겠다는 것이지, 포대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민들의 ‘추천’을 받아 ‘조사’했는데도 성산포대 외에 대안이 없으면 이를 지역민에게 알린 뒤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엔 ‘성주 군민들과의 협의를 통한 배치’라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과 무관하게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이라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3 후보지 절대 불가’ 방침을 뒤집은 셈이어서 애초 사드 배치 부지 결정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제3의 사드 후보지’를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입장 자료를 내어 “자체적으로 부지 가용성 평가 기준에 따라 실무 차원에서 검토한 결과 부적합한 요소들이 많이 발견됐다”며 ‘제3 후보지 불가론’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국방부가 이날 대통령의 한마디에 ‘제3 후보지 검토 가능’으로 판단을 뒤집은 것도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의 ‘엇박자’를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그동안 성주 성산포대가 최적지라고 주장해오다 성주군 내의 다른 곳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최적지에 사드 배치를 하겠다던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에 적합한 장소는 없고 정부는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입장 번복은 사드 입지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 지역 이전 가능성을 공론화한 것만으로 사드 배치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애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제3의 후보지’가 거론될 때마다 강력 부인하며 기존 성주의 성산포대 배치를 고수했던 것은 한번 물러서면 사드 배치 자체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 주변에선 만약 사드 배치 지역의 이전이 추진될 경우 행정 절차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물리적으로 애초 한·미 정부가 계획했던 ‘내년 말까지 사드 배치’는 물건너가게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성주 내 새 부지를 정하더라도 기존의 성산포대와 달리 사드 배치를 위한 추가적인 공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 배치 합의의 다른 쪽 당사자인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양국의 공식 합의 절차를 밟은 사드의 성주 성산포대 배치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최혜정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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