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서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한 뒤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주 닷새간의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해 첫 공개회의에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무언’으로 재확인하고 사퇴 요구 등 정치적 논란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일 업무 복귀 뒤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강행할 뜻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관심을 끌고 있는 우 수석 거취 문제나 야권의 전면 개각 요구 등에 대해서는 전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 등 참석자들을 향해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생각하셔서 더욱 심기일전 노력해달라” “경제활성화의 성과를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반기 국정운영에 혼신을 다해야 할 것” 등 인적개편 요구에 선을 긋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치권 등에서 줄곧 제기하고 있는 우 수석 사퇴 요구에 대해 당장은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나타낸 셈이다. 직무와 관련해 명백한 위법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야당에 의한 ‘떠밀리기식’ 개편에 나서진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다만 청와대 안에서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우 수석이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모는 “8월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지도부가 우 수석 사퇴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자연스레 거취가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우 수석 사퇴와 대통령의 ‘결단’을 연일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우 수석을 청와대 수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과 야당이 매일 청와대를 향해 우병우 사퇴 확성기 방송을 보내는데도 아무 응답 없는 박 정권은 외부 정권, 별나라 정권”이라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보며 휴가 이후 정국의 정상화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속이 또 한번 타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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