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 없다” 양대지침 강변
‘저성과 해고’ 상시화 가능성 간과
전환배치·재교육 요식행위 될수도
‘저성과 해고’ 상시화 가능성 간과
전환배치·재교육 요식행위 될수도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정부가 지난 22일 전격 발표한 양대지침과 관련해 “쉬운 해고는 없다” “(현장에서) 지침을 발표·시행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재계 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정 인사지침(저성과 해고 지침)에 쉬운 해고는 전혀 없다”며 “이 지침이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기업의 자의적인 해고로부터 보호를 받아 부당 해고가 사라지고 불합리한 인사 관행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 규정이 따로 없어 저성과 해고가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지던 현실에서, 이번 정부지침이 ‘저성과 해고’를 명시해 공식화시킴으로써 노동현장에서 저성과가 해고의 주요 이유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발언이다. 정부가 노동자의 전환배치와 직무 재교육 등을 해고 전 절차로 규정하긴 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이런 절차가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박 대통령은 “노동계는 쉬운 해고, 경영계는 어려운 해고를 만든다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보더라도 지침이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균형있게 마련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지침이 발표된 뒤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발한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는 원칙적 찬성 입장을 내왔다. 경영계 일부에서 ‘해고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도 사실상 ‘표정 관리’ 또는 해고 전 절차에 대한 약간의 불만 쪽에 가깝다. 애초 이 의제는 2014년 11월 경총이 규제완화 요구 가운데 하나로 제기한 뒤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리와 고용부 장관, 차관이 나서서 지역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현장 노사의 의견을 수렴했다. (현장에선) 불필요한 논란 해소를 위해 조속히 지침을 발표하고 시행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의견’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고영선 고용부 차관이 지난 20~21일 진행한 현장간담회에서 나왔다고 보도자료로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간담회는 불과 하루 반나절 동안 진행돼 ‘수박 겉핥기’라는 지적이 나왔고, 더구나 노조 대표 등이 빠져 ‘관제 간담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노동자들이 지침이 고용 불안정성을 높이고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고 아우성치면, 대통령이 만나서 대화하고 비판의 일부라도 수용해야 하는데, 일방적 주장만 펼치며 되레 경색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