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무성 등 여 지도부 청와대 불러 관심법안 열거
“정기국회 이틀 남아…총선서 얼굴 들수 있겠나”
“정기국회 이틀 남아…총선서 얼굴 들수 있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노동시장 개편 법안과 이른바 ‘경제활성화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내년에 국민을 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뭘 했냐 도대체’ 이렇게 국민들이 바라보지 않겠는가”라고 여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틀 남은 정기국회 종료일(9일)까지 여야가 맞서고 있는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요구한 것이다. 야당을 설득하는 대신 여당을 향해 ‘강행 처리’를 주문한다는 비판과 함께,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심판론’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이제는 19대 정기국회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고, 이번에 우리가 꼭 해야 될 것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라든가 공천이라든가 중요하지만, 우리 정치권과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첫째는 국민의 삶이자 국민 경제”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새해 예산안과 일부 쟁점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여당의 관심이 내년 총선 공천 룰로 이동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법안 처리를 거듭 재촉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거를 놓쳐버리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이 없다”며 “지금이 마지막 고비이고 애쓰시는 김에 이 중요한 마지막 19대 정기국회 때 해야 될 거는 마무리를 해서 경제에 대해서 든든한 뒷받침을 꼭 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노동관계 5법, 테러방지법 등의 내용과 필요성을 하나씩 설명했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하고 한숨만 쉰다”며 국회를 질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 때 국민한테 뭐라고 호소를 할 거냐”며 ‘관심법안’ 처리가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언급한 주요 법안들은 ‘비정규직 증가’ ‘쉬운 해고’의 우려가 있다며 야당이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노동관계법을 제외하고, 나머지 쟁점 법안들을 이틀 안에 처리하라는 것은 현실성도 떨어진다. 이에 박 대통령이 국회의 ‘발목잡기’를 강조하면서, 내년 총선 때 불거질 정권심판론을 방어하는 한편 여당 ‘물갈이’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대통령은 진정성 있게 일하는데 국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회 무능’ ‘불성실’ 심판론을 공세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법 통과를 위해선 야당 대표를 만나 설득해야지, 여당 대표만 만나서 얘기하면 뭐하냐”며 “대통령이 됐으면 국민 상대로 해야 하는데 여당 편, 야당 편으로 자꾸 편가르기만 한다. 선거를 치르듯 통치를 한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