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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세력 죄악시·국회 탓…통합커녕 ‘분열·대립의 정치’

등록 2015-11-24 21:47수정 2015-11-27 01:31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집회·시위 강경대응 천명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과잉진압 논란을 빚은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이슬람국가(IS) 테러에 빗대는 등 극단적 인식을 드러냈다. 집회·시위에 대한 초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테러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도 압박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테러로 몰아세우는 등 민주주의에 대한 퇴행적 사고를 내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한 국회에서 여야가 심의하고 있는 노동관계 5법 등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립서비스” “직무유기” “위선” 등의 단어를 동원해 또다시 국회를 격렬히 성토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를 ‘정부의 거수기’로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촉발된 집회·시위의 일차적 원인 제공자는 박 대통령 본인이다. 국회에서도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야당과 사회단체에서 박 대통령의 ‘물구나무선 시국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쪽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정국’에서 ‘반박정희 민주화 투쟁’이 부각되고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폭력시위는 정부 무력화 의도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 섞여
국민의 생명 위협할 수 있어”
테러 관련법안 처리 촉구

국회도 원색 비난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위선…직무유기”

■ 기본권·인권침해 논란 박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불법’ ‘폭력’ ‘과격’이라는 단어를 여러차례 사용했다. 13분 동안 단호한 목소리로 테러와 ‘불법 시위’와 국회에 대한 비판을 숨가쁘게 이어갔다. 특히 “전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고 말할 때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원래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박 대통령이 “연이은 테러로 전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을 들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박 대통령은 경찰의 과잉진압은 외면한 채 오히려 “상습적 불법 폭력 시위 단체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주도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집회와 테러범죄를 직접 연관시키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집회에서 통합진보당 부활,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며, 이번 집회가 “체제전복을 노리는 이들”의 불순한 의도로 사전기획됐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노동관련법 반대 등을 외친 집회 참가자들이 테러분자일 가능성도 내놨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들을 집회 참가자들과 ‘일반 국민’으로 나눠 또다시 ‘갈라치기’에 나선 셈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 역시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테러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대응을 구실삼아 무차별적인 사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역시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감청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테러를 빌미삼아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테러와 시위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강경대응을 ‘선언’하면서 법무부와 국가정보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불법·폭력 시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엄정하고 일관된 법집행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복면시위’ 제한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통신사업자들에 휴대전화 감청 설비를 구비할 의무가 없어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감청조차 못하고 있다”며 법 정비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적발된 국내 이슬람국가 지지자 10명이 구체적으로 이슬람국가 조직에 가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아이피(IP) 주소나 아이디를 파악할 수 있는 입법적인 보완을 요청했다고 주호영 국회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 국회 “위선” “립서비스” 격렬 성토 박근혜 대통령은 또 ‘립서비스’, ‘국민에 대한 도전’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국회를 또다시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중 에프티에이(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면서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이건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백날 우리 경제를 걱정하면 뭐하느냐.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감정이 격앙된 듯 잠시 발언을 멈췄다가, 이어 “앞으로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 관련 법안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등을 담고 있어 오히려 고용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단독 영수회담을 한번도 하지 않는 등 야당과의 대화나 설득 노력은 하지 않고, 여당을 향해 사실상의 ‘날치기’를 주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국회가 공전을 되풀이하는 것은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여당을 거수기처럼 쓰고 있기 때문 아니냐”며 “스스로 눈과 귀를 막고 불도저식으로 자신의 국정운영방식만을 밀어붙이려는 대통령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최혜정 이승준 기자 idun@hani.co.kr

관련영상 : 테러방지법,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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