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2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한 뒤 인사하는 동안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j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이 무산된 사실을 지난 9월22일 처음 보고받았다고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밝혔다. 청와대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이 사실을 최초 보고받은 6월8일로부터 석달 이상 지난 시점인데다,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나온 뒤여서 ‘은폐’ 논란과 함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인책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핵심기술 이전 문제가 박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된 시점이 언제냐”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9월22일”이라고 밝혔다. ‘9월22일’은 한 일간지가 ‘차기 전투기 F-35 기술 이전이 미국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도한 날로, 박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중대 결함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진후 의원이 “그때까지 박 대통령에게 (무산 사실을) 은폐한 것이냐”고 추궁하자, 이병기 실장은 “은폐라기보다는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의) 보고가 한두달 늦었다”고 답변했다.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김 실장은 “2014년 9월 F-35A로 기종이 결정되고, 계약이 이뤄지고, 양해각서(MOU)가 작성됐을 때 핵심기술에 대한 결론은 (이전 불가로) 거의 난 상태였다”면서도 “제게 보고된 건 장관을 마치고 안보실장으로 와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2014년 6월)되기 직전인 2014년 3월 국방부 장관으로 근무하며 차기 전투기로 록히드마틴의 F-35A 40대 도입을 결정했는데, 당시 록히드마틴은 ‘4건의 핵심기술 이전은 어렵다’고 이미 밝혀놓은 상태였다.
김 실장은 또 4가지 핵심기술과 관련해 “이 기술을 받지 않으면 항공기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우리 자체 개발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무슨 근거로 가능하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하자, 김 실장은 “핵심인 레이더는 이미 2006년도부터 (자체)개발에 착수했고, 지금은 시험 1단계”라며 “이는 10년이면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3개국과 함께 협력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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