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 중에서 중국의 전승절 참석을 공식 발표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중국이 군사력을 대외에 과시하는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혀 고민스러운 기류를 내비쳤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9월3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9월2~4일 중국을 방문한다”며 “9월3일 오전 열리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 수석은 전승절 행사의 핵심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선 “현재 검토중”이라며 “적당한 때에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중국은 전승절인 3일 오전 기념행사를 마친 뒤 인민해방군 1만여명의 병력과 첨단무기를 총동원한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을 펼칠 예정이다. 중국과의 협력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내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참석을 결정했지만, 중국이 ‘차이나파워’를 과시하는 열병식까지 참석하는 데 대한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6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 다음날(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 배경으로, 독립군의 무장투쟁과 임시정부 활동 등 항일 투쟁이 중국을 무대로 벌어졌던 데 대한 기념의 의미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9·3(전승절) 행사의 성격과 의미, 우리 항일독립항쟁의 역사, 대통령 일정 등을 모두 감안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오는 10월 초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과 일본에 의향을 타진했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대해, 노 대변인은 “구체적인 개최 시기에 관련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한-중-일) 3국 협력 의장국으로서 우리 측은 3국 정상회의를 가장 빠른 편리한 시기에 개최하자는 (지난 3월) 3국 외교장관회의 시 합의를 토대로 일, 중 양측과 연내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지속 협의해 나가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최혜정 김외현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