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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사면 요구 나흘만에…박 대통령, ‘기업인은 제한’ 공약 저버리나

등록 2015-07-13 21:28수정 2015-07-13 22:32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12월28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끝내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했고, 박 당선인 쪽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날선 반응을 내놨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 모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12월28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끝내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했고, 박 당선인 쪽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날선 반응을 내놨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 모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면 검토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검토를 지시하면서, 그 배경과 사면 범위 등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재계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인·기업인 사면을 요청해왔으나, 박 대통령은 취임 뒤 서민생계형 사범에 대해서만 특사를 시행하는 등 경제인·정치인 사면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날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입장 선회를 두고, 박 대통령이 이번 특사를 재계에 대한 ‘회유책’으로 활용해 대내외적으로 악화되는 경제 여건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르스·그리스·중국발 악재…
한시도 마음 놓을수 없는 상황”
경제인 사면 요구 들어주되
투자·일자리 창출 회유 분석

박대통령 공약 파기 지적에
청 “사면반대 아닌 원칙 강조한 것”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예기치 못한 메르스 충격과 최근 그리스 (채무 불이행) 사태에 이어 중국 증시 급락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인 특별사면이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의 하나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화답하듯 같은 날 30대 그룹 사장단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성명’을 내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정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참여정부의 경제인 사면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고, 앞서 2012년 대선 후보 당시에는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제를 살린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한다”며 “임기 후반부에 들어서는 박 대통령이 ‘사정’으로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차단하고, 특사를 통해 재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재계에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여권 안에서는 이번 특사가 최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 논란 등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이명박·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쪽은 사면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이 사면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기준과 원칙이 있는 사면’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재벌 총수, 정치인 사면에 대한 여론 추이를 살펴본 뒤 최종 사면 대상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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