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18일 청와대에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병기 비서실장(왼쪽)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국가정보원을 비공개로 방문해 주요 간부들을 만나고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한 것은 2013년 2월 취임 뒤 처음이다. 청와대 쪽은 “의례적인 방문”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 대통령이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검찰에 이어 국정원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12일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를 찾아 이병호 국정원장과 1·2·3차장, 기획조정실장 등 국정원 국·실장급 인사들을 만났다. 이병호 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15분 가량 주요 업무사항을 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로 고위층 탈북이 이어지는 등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 정보를 잘 수집하고, 예후를 잘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청사에 30여분간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동안 공개는 물론 비공개 업무보고 차원에서도 국정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두 임기 첫 해에 국정원을 공개적으로 찾은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쟁점이 된데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난 점 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한 6월30일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여권 내의 긴장이 고조되던 때로, 박 대통령 역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과 거부권 파동 등으로 지지율에 타격을 입은 시기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6월30일은 메르스 사태가 여전히 계속되던 때이고, 굳이 첫 방문을 비공개로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임기 후반부를 앞두고 정보기관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쪽은 국정원 창설기념일(6월10일)에 맞춘 격려 방문을 연기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창설 기념일 즈음인 6월 초에 방문하려다가 메르스 대응이 시급해 미뤘던 것”이라며 “국가원수의 정보기관 방문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예우”라고 밝혔다.
최혜정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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