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세 사람은 2005년 당대표(박근혜), 사무총장(김무성), 대표 비서실장(유승민)으로 만난 인연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단기적인 당 장악력 강화 불구
정파 수장 전락…리더십에 타격”
공적 자리서 감정표출 역효과도
정파 수장 전락…리더십에 타격”
공적 자리서 감정표출 역효과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과정에 들어가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쪽으로 7일 가닥이 잡히고 있다.(▶ 바로가기 : 김무성 “박근혜 정권 성공 위한 유승민 사퇴안 채택할 것”)
이번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결국 국회법 폐기와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스스로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국을 통해 박 대통령의 행정독주적 사고가 드러났다”며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조정하는 ‘정치’와,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통치’를 대통령이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 채 여당 원내대표를 ‘불신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근본 바탕에는, 행정이 일사불란하게 모든 것을 주도하고 국회는 정권의 국정운영을 보조하는 거수기에 불과했던 유신정권 시대의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기는 한, ‘제2, 제3의 유승민 사태’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리더는 있는데 리더십이 없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정치적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당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국가 지도자에게 ‘정파 수장’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대통령의 공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설명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이 원내대표 교체라는 단기적 성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국무회의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을 겨냥하고 그나마 아직까지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며 “청와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정부를 지원하는 여당인데 그 안의 균열을 확인하게 됐고, 결국 정국 운영 안정성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점은 공적 의식이 강하다는 점이었는데, 유 원내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개인적 감정까지 공적인 공간에서 드러내는 등 국정을 소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야당만 대통령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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