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의견 들어보니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정의화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해 청와대가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재의 요구) 방침을 사실상 재확인해 정국 파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국회가 진통 끝에 재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박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요구’를 ‘요청’으로) 한 글자를 고쳤던데, 우리 입장이 달라질 게 없다”며 박 대통령이 국회법 중재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내비쳤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과 정치전문가들은 현시점에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거부권 행사 뒤
재의결 절차 못들어가면
레임덕 가속화시킬수 있어” “논란 되는 부분은
추후 실제로 다툼 생겼을 때
헌재에 심판 청구하면 돼”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여야가 중재안을 마련한 것은 청와대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일종의 ‘명분’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 기싸움’에만 매달리지 말고, 민생을 챙기자는 뜻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메르스 사태로 어려운 정국을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부)도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대통령이 국회와 다툴 필요가 없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추후 실제로 다툼이 생겼을 때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등을 청구하면 되고 지금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게 정치적 비용을 줄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가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다시 넘어오면 재의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나 여당 원내지도부 중 한쪽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여당의 ‘뭉개기’ 전략으로 재의결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면 야당의 반발로 국회가 공전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와 청와대가 대결구도로 갈 게 뻔하고,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의 여권 분열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입법부에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가 정국을 마비시켜 결국 대통령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메르스 국면에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거부권 행사시한인 30일까지 메르스 사태가 수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곤혹스런 눈치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는 일종의 ‘비상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지금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는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헌재 판단을 기다리며 시간을 버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원책 변호사는 “의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심사권을 갖는다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석진환 기자 dash@hani.co.kr
재의결 절차 못들어가면
레임덕 가속화시킬수 있어” “논란 되는 부분은
추후 실제로 다툼 생겼을 때
헌재에 심판 청구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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