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온나라가 긴장감에 휩싸인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외부일정이나 내부 회의 없이 주말을 보냈다. 청와대 차원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이병기 비서실장 주재의 정례 수석 비서관회의가 열렸을 뿐이다. 국민 불안감은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수준인데,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는 지나치게 평온하고 조용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여야가 휴일인 이날도 ‘4+4’ 회의를 통해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는 상황과도 대비된다.
더구나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가 국가신인도나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내부뿐 아니라 청와대 일선 참모들 사이에서도 “수시로 보고받고 대처 방안 등을 지시한다고 얘기는 하지만, 청와대가 갖는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모든 걸 ‘올인’해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자평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메르스 관련 공식 일정은 지금껏 3건이었다.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12일 만인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치권을 질타한 데 이어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대책을 짧게 언급한 데 이어, 이틀 뒤인 3일 민관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한 뒤, 5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게 전부다. 그나마도 회의에서 확진 환자 수치를 잘못 언급하거나, “알아보고, 파악하고, 논의하고, 돌아보고…”라는 식으로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응책 지시와 ‘청와대’와 ‘정부’를 분리하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 등으로 오히려 여론악화만 자초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사실상 메르스 대응에서 스스로 뒷전으로 물러난 사이,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나서고, 김무성 문재인 등 여야 대표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과도 비교되면서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박근혜 무능론’까지 퍼지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하루빨리 ‘메르스 상황’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확진 환자가 크게 늘어난 6월 들어 박 대통령이 메르스 때문에 취소한 일정은 5일 통일준비위원회 토론회 1건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전남창조혁신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병원정보 공개 요구가 빗발쳤던 3일엔 국산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충남 태안을 방문했다.
석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