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다소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거부권 예고로 6월 정국 전운
새정치 “입법부와의 전쟁선포”
국회 사무처 “개정안 문제없다”
새정치 “입법부와의 전쟁선포”
국회 사무처 “개정안 문제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내비쳤다. 야당은 “입법부와의 전쟁 선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여권 내부에서는 국회법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는 ‘위헌이 아니다’라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국회법 논란이 ‘청와대-야당’, ‘여당-야당’ 대결 구도는 물론 여권 내부의 ‘청와대·친박-비박 지도부’ 갈등을 넘어 ‘청와대-국회’의 대결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지난 29일 찬성 211명, 반대·기권 33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에 대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오는 5일께 정부로 송부될 국회법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 과정에 대해서도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다”며, 야당의 요구를 받아준 여당 원내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이날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면전에서 비판하는 등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격이 잇따랐다. 윤상현 의원 등 친박근혜계는 2일 국회법 위헌 논란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로 하는 등 유 원내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박의 ‘유승민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에 대해 반박을 자제한 채 “청와대와 사전 얘기는 없었다. 저희도 생각해보겠다”고만 말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사실상 (입법·사법·행정) 삼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입법부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 법을 국회 본회의에 다시 올려 재의결하도록 새누리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권이 강제성을 갖는지를 놓고도 새누리당은 “강제성이 없다”(유승민 원내대표)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강제력을 부여한 게 국회법의 취지”(문재인 대표)라고 맞서고 있어 여야의 절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사무처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관련 검토’ 자료를 내어, 개정 국회법이 문제없다고 밝혔다. 사무처는 “법률의 위임을 벗어난 행정입법을 합리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국회의 입법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가 아니고, 대법원의 심사권과 충돌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의 말씀은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생각하며, 대통령의 뜻과 당의 뜻이 다를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헌법학자를 불러 위헌 여부를 논의하고 의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황준범 이세영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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