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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와대는 국민연금 논의를 왜 반대할까?

등록 2015-05-10 19:58수정 2015-05-11 11:08

‘증세없는 복지’와 정면충돌 인식
‘쌀 한말 절약하려다
곳간 털리게 생겼다’ 말 나와
연금 논의 ‘국정 블랙홀’ 우려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관련 논의에 초반부터 “월권”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는 여야의 논의 자체가 ‘증세 없는 복지’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인식 탓이 크다.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명목소득대체율 50%’가 온전히 실현되지 않더라도, 소득대체율 인상 쪽으로 추진되면 정부재정(세금) 투입 또는 보험료 인상 등 정부가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맞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재정 지출을 줄여보자고 시작한 일(공무원연금 개편)에 여당이 오히려 더 큰 재정 지출 사안(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끌어들였다는 게 청와대의 가장 큰 불만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쌀 한 말 절약하려다, 곳간 털리게 생겼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증세는 정부 출범 이전부터 박 대통령이 극도로 꺼려왔던 것이고, 보험료 인상 역시 국민들 입장에선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가 10일 “소득대체율 50% 인상하면 ‘세금 폭탄’이 무려 1702조원이나 된다”며 ‘보험료 인상’을 ‘세금폭탄’이라고 표현한 건 청와대가 의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이런 인식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나 여권 일부에서 ‘보험료가 인상되면 기업 부담도 늘어나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이 어려워진다’거나 ‘(가입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경기위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그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증세를 거부해왔던 논리와 똑같다.

정치적으로는 집권 3년차인 올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끝낸 뒤, 이어 노동, 금융, 교육 분야 개혁으로 연결한다는 게 청와대의 로드맵이었는데, 공무원연금 개편이 국민연금 개편 논의로 이어지면서 기존 구상이 전체적으로 헝클어지게 됐다는 점도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논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세대간, 계층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국민연금 논의가 본격화되면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로선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남은 임기 내내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만 벌이다 끝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연금 논의는 개헌과 마찬가지로 다음번 정권을 쥘 미래권력이 시간을 두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해 국민연금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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