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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대선 때 박근혜 “허위면 문재인 책임”→ 청와대 “말 안할 자유를”

등록 2015-02-10 20:39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가운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가운데).
취임 뒤엔 “요구한적 없으니 책임 없어”
‘국정원 국기문란’ 판결 나오자 “……”
행정부 수반으로 무책임한 태도
파장 이어지진 않으리라 판단한듯
“가끔씩 대변인에게도 아무 말도 안 할, 자유와 권리를 부여해줬으면 좋겠다. 말 줄임표가 될 수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된 다음날인 10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 도중 판결 내용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내놓은 대답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대변인 개인의 난처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지만, 이번 판결 결과 자체를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는 청와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간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재판’을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법적으로 인정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헌정을 책임지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내세웠던 주장을 보더라도, 이제 와서 이번 판결에 침묵하는 것은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작업 의혹이 대선 막판 최대 이슈로 불거지자 선거일을 닷새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댓글 의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만든 허위사실이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마저 자신들의 선거 승리 위해 의도적으로 정쟁 도구로 만들려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새누리당 차원에서 민주당 의원 등 11명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던 ‘국기문란’ 행위를 국가정보기관이 저지른 것이 법정에서 확인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에는 ‘(대선 개입을) 요구한 적도 없으니, 책임이 없다’며 대선개입 사건 자체를 회피해 왔다. 취임 첫 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여파가 계속되자 박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8월26일 수석비서관회의)면서 선을 그었다. 그해 10월 말에는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재판과 수사 중인 여러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나갈 것”이라고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 전 원장 항소심 판결 직후 “박 대통령이 이미 그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무슨 반응을 더 내놓을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엄정한 재판 결과가 나왔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에는 이번 재판 결과 이후 현실적으로 정치적 파장이 계속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하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최근 빚어지고 있는 정책혼선과 인사 문제에 대한 비판 등과 맞물려 국정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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