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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이명재 특보에 우병우 전진배치…검찰을 사실상 ‘호위대’로

등록 2015-01-23 20:57수정 2015-01-23 22:03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비상주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충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비상주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충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조직개편
청와대 조직개편 내용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명재-우병우’ 조합이다.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 라인에 특수통 검사의 상징이던 전직 검찰총장이 끼고, 역시 특수통 검사 출신인 ‘실무형’ 수석비서관이 배치됐다. 검찰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통치수단으로 일컬어져 왔는데, 청와대의 ‘검찰 다잡기’와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약화가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을 승진 발탁한 것은 사정활동 강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 내정자는 ‘정윤회씨 국정 개입’ 문건 파문 때 청와대 특별감찰을 지휘하는 등 사태 수습 과정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왔다. 이 과정에서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이 별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달 초 국회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며 ‘항명 사퇴’를 선택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 내정자는 검찰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낸 ‘조응천 7인 그룹’에 대한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한 것과, 오아무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대한 강압조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그런데도 그를 전진배치한 것은 ‘힘’으로 국정을 밀어붙이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지난해 5월 민정비서관이 된 우 내정자에게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갖고 있던 공직자 감찰 업무까지 몰아주며 힘을 실어줬다. 한 검찰 간부는 “문건 파문 당시 우 비서관의 역할을 두고 많은 보도가 있었는데, 보도 내용을 사실상 확인해주는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춘 실장 이어 이명재까지
청와대에 ‘전 총장’ 2명 초유상황
김진태 총장에 ‘까마득한 선배’

‘정윤회 문건’ 강압조사 논란
우병우 승진시켜 사정강화 포석
민정수석실 ‘TK 일색’ 짙어져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특보로 기용된 것은 검찰 안팎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굵직한 사건들을 많이 수사한 그는 꼿꼿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 때문에 ‘선비 검사’로 불리고, 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검찰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검찰총장이 된 그는 9개월여 만에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재야 법조계에서 조용히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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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는 검찰총장 출신이 두명 존재하는 초유의 상황이 도래했다. 가뜩이나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김 실장이 검찰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검찰이 청와대 뜻을 거스르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김 실장이 법무장관일 때 법무부 소속 평검사였고, 이 전 총장이 검찰총장일 때는 대검 중앙수사부 2과장으로 ‘모시는’ 입장이었다. 이 전 총장이 사법연수원 기수로 무려 13기수 선배다. 김 총장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이 전 총장을 꼽았다고 한다. 대선배들이 청와대에 포진한 상황에서 검찰 지휘부가 기를 펴기가 쉬울 수 없다.

이 전 총장 기용은 검찰의 기수에 따른 서열의식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김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14기)였는데, 우 내정자는 19기로 검찰에서는 총장과 고검장급 밑 검사장급에 해당하는 기수다. 우 내정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전 총장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래저래 ‘검찰 다잡기’ 강화용 포석으로 이해된다.

대구·경북(TK) 일색인 민정 라인의 지역 편향성은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이 전 총장과 우 내정자뿐만 아니라, 각각 판사-변호사 경력을 거친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종필 법무비서관도 티케이 출신이다. 우 내정자는 민정수석실 파견 검찰 직원들도 티케이 출신으로 교체한 바 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민정수석의 카운터파트(상대)가 되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 우 내정자와 대화하는 것도 내키지 않을 테고, 그 뒤에 김 실장이나 이 전 총장이 있다는 사실도 껄끄러울 것”이라며 “여러모로 청와대 민정 라인이 주도권을 쥐게 된 구도”라고 말했다.

노현웅 석진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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