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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부실 보고에 상황파악 제대로 못해
성난 민심에도 ‘내탓’ 언급은 없어

등록 2014-04-29 20:42수정 2014-05-02 15:21

박대통령 2주일 행보 어땠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

“(구조 인원수에) 어떻게 그런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후 5시30분께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사고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에게 질문한 내용들이다. 사고 발생 8시간이 넘었고, 세월호는 6시간 전 완전 침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박 대통령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사고 직후인 오전 10시께 박 대통령은 “여객선의 객실과 엔진실까지도 철저하게 확인해 단 1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특공대도 투입해 선실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해경은 300여명의 학생 등이 구조를 기다리던 선실에 들어가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침몰 이후 지난 2주일 동안 박 대통령은 사태 책임자로서가 아니라, 줄곧 부하 공무원들을 질책하는 모습만 보였다. 사고 이튿날인 17일 오후 박 대통령은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아가 구조를 독려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책임질 사람은 엄벌하도록 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가족 여러분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간 혼선은 그 직후 더욱 심해졌다. 컨트롤타워를 누가 맡을지를 놓고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가 우왕좌왕했고 미흡한 구조 지원, 가족들에 대한 공무원들의 무신경이 겹쳐 분노가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은 사고 당일인 16일 중대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도 다 동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라”, “가족들에게 모든 편의를 다 제공해드리고, 설명도 해드리고”라고 지시했다. 이후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은 당시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거나, 지시가 현장에 전혀 전달이 안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사고 6일째인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공무원들에 대한 질책만 이어갔다. 사고 선장의 탈출에 대해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대통령 자신의 책임과 잘못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박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안보·통일·국방의 컨트롤타워이지 재해·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책임자 구실에서 벗어나려 했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 방문 뒤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실종자 아버지에게 나중에 직접 전화를 건 세세한 일까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히면서도, 정작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사고 이후 지금까지 정부에 무슨 지시를 어떻게 했는지, 정부 부처가 우왕좌왕할 때 청와대는 어떻게 풀어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 14일째인 29일 “국민께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를 직접 들은 사람은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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