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통, 반인권적 표현 쓰며 한-미 정상회담 비난
인권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마저 져버려
인권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마저 져버려
‘외세에 명줄을 건 가련한 정치창녀.’
29일치 <로동신문>은 이런 제목의 기사(6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창녀”로 지칭하며,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전쟁 수청을 강요하는 골목깡패와 그에 아양을 떠는 정치창녀의 역겨운 입맞춤”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쪽의 이같은 반응이 잇따르는 가운데, 박 대통령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정도가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지난 27일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잇따라 퍼붓고 있다. 조평통 성명은 박 대통령을 언급하며 호칭을 붙이기는커녕 시종 “X”이라 부르며 “못돼먹은 철부지계집애”라는 등 막말로 일관했다. 로동신문에 등장한 ‘창녀’처럼, “간특하고도 요사스러운 기생XXX”, “더러운 민족 반역 매음부”, “(오바마 대통령에게) 꼬리를 쳐” 등 성매매에 빗댄 반인권적 용어도 등장했다. 심지어 “추악한 미국 위안부”라며, 일제 침략기의 아픈 역사로 남아있는 위안부 문제에 갖다대는 몰역사성, 몰지각성도 드러냈다.
이후 조평통 누리집에는 박 대통령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이 줄짓고 있다. “박근혜X의 몰골은 흡사 승냥이 무리 속에서 꼬리치는 암여우를 방불케 한다”거나 “상전(오바마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어대며 온갖 교태를 다 부려댔다”는 식이다. “기생집 찾아온 패륜아 같은 오바마 상전에게 아직도 자기는 늙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지 밝은 하늘색의 옷을 걸쳐입고 갖은 추파를 다 던져대면서”라며 오바마와 싸잡아 비난하는가 하면, 세월호 사건을 들어 “자식을 낳아보지도 못한 박근혜가 … 부모들의 그 고통을 느낄 수도 알 수도 없음은 당연하다”고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행태가 남북관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스스로 인권국가를 자처하며 남녀평등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동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구갑우 교수는 “북한 쪽도 이렇게 해선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어쩌면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기대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