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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비판세력만 짓누르는 박대통령의 ‘원칙’…사회갈등 증폭

등록 2013-12-23 20:49수정 2013-12-24 14:47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면충돌 치닫는 노-정] 철도파업 타협 거부

민영화에 대한 합리적 의심 아닌
‘노조 이기주의’로만 문제 바라봐
노동 불신·불통 겹쳐 ‘최악 상황’

전문가들 “갈등조정 정치 없어
집권 2년차 국정운영도 걱정”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철도파업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해 ‘비타협 강경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공권력 투입에 이어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집권 2년차 정국이 더 꼬이게 될 것’,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민대통합에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나 노동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배타적 인식이 그 특유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과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가 공권력 투입 등 ‘노-정 대결’ 국면을 둘러싼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이런 강경 자세를 고집하는 배경에는, 이번 철도노조 파업 사태를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다. 코레일 자회사 설립은 박 대통령이 출범 이후 거듭 강조해왔던 ‘공기업 정상화’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의 조처인데, 정부가 이번에 물러서게 되면 향후 진행될 다른 공기업에 대한 어떠한 정책이나 조처도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적당한 타협으론 미래가 없다’고 말한 것도, 결국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다 보면 공기업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2년차의 국정운영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부가 거듭 ‘민영화가 아니다’, ‘민간 매각 때는 면허취소’ 등의 설명을 내놓았음에도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는 데는 숨어 있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철도노조의 파업=기득권 안주 조직 이기주의’라고 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모든 문제를 국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잘 참고 넘기면 오히려 지속 발전이 가능한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결국은 이번 파업이 ‘대다수 서민’에게 불편을 주는 ‘노조 이기주의’라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대응이 소통 부족을 넘어 반대 세력과는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힘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힘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판 세력은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국정운영에 있어서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는 대결적 사고가 이 정권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했다.

정부가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합리적 방법론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공기업 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를 위해선 갈등 조정 기능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갈등 조정을 위한 전략 없이 목적만 얘기했다”며 “목적에 대한 동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과 수단이 중요한데 이게 없어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국정운영에서 성과를 내려면 야권·진보진영·시민사회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거나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결적 사고에서 합리적·타협적 사고로 전환해야 국정 지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권고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판 세력을 힘으로 억누르는 강경 기조가 지속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미래가 암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한쪽이 강공을 할 때는 다른 쪽이 한발 물러설 여지가 있을 때라야 파국을 피할 수 있다”며 “공권력 투입으로 정부가 노동 쪽의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린 만큼 철도노조나 민주노총으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우려했다. 서 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이런 선택이 결국 노동 현안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철도노조에 대한 대응은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대응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 정권의 사례에 비춰봐도 (박 대통령의) 의지와 확신이 아니면 전교조, 전공노, 철도노조, 민주노총까지 집권 1년차 안에 모조리 손을 댈 수는 없다. 진심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석진환 김수헌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박 대통령 사전엔 ‘대화’란 없는가 [성한용의 진단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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