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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부실 인사·대선 개입·대치 정국…‘불통과 균열의 1년’

등록 2013-12-17 20:27수정 2013-12-18 15:32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 등
인사 검증 부실·인력풀 한계 노출
채동욱 찍어내기·국정원 댓글 논란
‘강경 드라이브’ 걸며 의혹 키워가
남북관계도 뚜렷한 진전 못 거둬
“초반에 모멘텀(추진력)을 놓치게 되면 그냥 시간을 끌어가면서 시행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처음 3개월, 6개월 이때 거의 다 하겠다’ 이런 각오로 초반에 사활을 걸고 집중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지난 2월18일, 당선자 신분의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 당선 뒤 1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이런 각오는 얼마나 현실화됐을까?

세부적인 공약 이행 정도를 객관화하긴 어렵지만, 지난 1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나홀로 리더십’, ‘불통’, ‘보수·기득권 회귀’, ‘대치정국 장기화’ 등 박근혜 정부를 규정하는 부정적 키워드가 보여주듯, 청와대의 핵심 기능인 인사와 대야 관계, 사회통합, 남북관계 등 주요 분야의 혼선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정부가 비판을 받아온 모든 문제의 시작은 ‘부실 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인사 분야는 정부 출범 전부터 삐걱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김용준 총리후보자의 낙마(1월30일)를 시작으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지명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사퇴(3월25일)까지 이어졌다.

줄지은 ‘인사 참사’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 부실과 인력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했고,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사람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수첩이 ‘데스노트’(살생부)로 전락했다’는 씁쓸한 평가마저 나왔다. 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탁돼 우려를 낳았던 ‘극우 인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이런 평가에 ‘쐐기’를 박은 격이 됐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직후인 8월5일 단행한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등 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갈등과 대결을 심화시키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서울법대와 공안검사’ 출신이 사정라인을 장악하고, 육군사관학교 출신 대북 강경파들이 안보·정보 라인을 지휘하게 되면서 1년차 후반기 국정의 방향은 더욱 경직된 수구·보수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의혹을 키운 ‘채동욱 검찰총장 총장 찍어내기’(9월13일) 논란과,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6월20일) 이후 계속된 국정원의 공공연한 정치개입,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11월6일), 이후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등 노동계에 대한 탄압 등 일련의 강경 드라이브 역시 이런 인사가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남북관계 역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미 정상회담(5월7일)과 한-중 정상회담(6월27일) 및 한-러 정상회담(9월5일)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지지를 끌어내긴 했지만, 북한 3차 핵실험(2월12일)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는 찾지 못한 상태다. 4월8일 조업이 중단된 개성공단은 8월14일 극적인 실무협상 타결로 가동이 재개됐지만, 이후 남북 당국자회담 무산(6월11일), 이산가족상봉 무산(9월22일) 등을 거치며 ‘신뢰’는 회복되지 못했다.

‘국민 통합’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대야관계에서도 박 대통령은 여야대표 3자 회동(9월16일)과 국회 시정연설(11월18일)에서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 등에 대해 ‘양보와 타협’ 대신 ‘원칙론’으로 맞섰다. 여야가 예산심의를 위해 국회를 정상화했지만, 대결과 파행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경제민주화·복지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한 달 간격으로 이어진 상징적인 두 장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8월28일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추켜세우며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한 달 뒤인 9월26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핵심 대선 복지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기초연금을)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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